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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특급 2019 첫화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무척 기대가 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뜨악하기도 했다.

전설적인 고전 미드 환상특급이 CBS 채널을 통해 리메이크된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환상적인 소식이었다. 스토리는 어떻게 달라질까, 주연 배우들로는 누가 나올까, 오리지널과 비교해 어떤 수준의 작품이 나올지 궁금했다.

■ 미국드라마인지 인도드라마인지

첫화 '코미디언'을 보면서 놀라웠던 점은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이 대부분 인도계 배우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단순히 한국 드라마를 보면 한국인 주인공과 한국 배경을, 미국 드라마를 보면 그냥 뻔한 미국 배우와 미국 배경을 기대한다(물론 그렇다고 인도계 배우들은 미국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마치 인도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미국 고전 드라마의 리메이크작 첫화의 주인공이 인도남자라니, 솔직히 뜻밖이었다.

볼리우드가 막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인도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함일까? 아니면 그 반대인가... 할리우드를 쌈싸먹는 볼리우드 음모론?!!

아무튼 이름값 있는 할리우드 배우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전혀 일면식도 없는 인도계 배우가 주인공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니 좀 뜨악했다. 특히 2018~2019년 들어서 미드와 영드에서 인도계 배우들이 약방의 감초들처럼 주조연 자리를 꿰차는 것을 보면서 느꼈듯이, 흑인배우들과 아시아계배우들이 묘하게 한칸 뒤로 밀려나는 느낌 때문이었다.

■ 데스노트를 연상시키는 스토리

환상특급 2019 첫화는 사미르라는 남자 코미디언의 이야기다. 그는 전설적인 코미디언 윌러에게 '(코미디에)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포함시켜봐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확실히 쓸모있는 조언이다. 특히 요즘은 온라인에서도 사람들이 정보가 아니라 친구가 필요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소통'이 중시되는 시절이니 말이다.

사미르는 바로 이 팁을 써먹기 위해, 무대에서 자기 강아지에 대한 농담을 한다. '내 강아지가 내 피자에 오줌을 쌌어요. 하지만 제 잘못이죠. 강아지가 피자 위에 서 있는데도 제가 야단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강아지는 멋져요. 이름은 고양이고요. 블라블라.'

별로 재미도 없는 농담이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마술처럼 청중에게서 웃음을 이끌어내고, 그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진다. 아무튼 주인공이 기뻐하니까 보기 좋았다. 하지만 나중에 사미르는 자신의 개가 실종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그 강아지가 존재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가 농담을 하면, 그 농담의 소재가 된 사람들은 사라져버린다. 그의 농담은 마치 데스노트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 혀로 사람을 죽이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치혀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의 사자성어 촌철살인도 있다. 모두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말의 힘을 표현하는 경구들이다.

사미르는 자기가 갖게 된 파워를 마음대로 써먹기로 한다. 그가 농담꺼리로 삼는 순간,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없애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과연 그런 힘을 가지게 된다면, 사미르처럼 할 수 있을까? 나는 못할 것 같다. 내가 손 하나 까딱 안한다 치더라도, 아무튼 살인인 셈 아닌가. 굳이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 연쇄살인범이나 강간 상습범, 가정폭력범 정도를 선택하지 않을까?

이 드라마에서 사미르의 여자친구는 사미르로 인해 피해도 입고, 결국에는 사미르를 저지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게 된다. 그녀에게는 사미르가 최대의 악연이었던 셈이다.

한국도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예컨대 미국 유튜브를 보면 공공연하게 인격살인이 자행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유튜버라면 변명의 여지도 없지만, 단순히 대다수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표현했거나, 다른 유튜버들과 트러블이 있었다는 이유로 온라인 재판을 받고 유튜브 채널을 완전히 그만두게 된 사람들도 있다. 이를 취소 문화(Cancel Culture) 라고 부른다. 사람 자체를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해버리는 것이다.

단순히 인신공격과 가십을 주제로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은 이 드라마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내 생각에 그들은 절대 반성하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자기 외의 모든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을 주저치 않는 족속들이니 말이다.

■ 3만피트 상공의 악몽

환상특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피소드 중의 하나가 비행기 위에서 악몽같은 경험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환상특급 2019 2화에서는 이 에피소드의 리메이크인 '3만피트 상공의 악몽'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배우 아담 스콧이 외상후증후군에 시달리는 잡지 저널리스트 저스틴 샌더스로 출연한다.

환상특급 2019는 블랙미러 류의 SF+미스테리+판타지 스타일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드라마다. 기회가 된다면 오리지널과 예전에 리메이크된 버전의 환상특급도 감상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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